봄, 4월 by aprilseoul

4월은 지났고 봄도 지났다. 벌써 햇살은 따갑고 땅은 가물고, 장마 소식이 들린다. 쨍한 볕을 받고 걸으면서 가물어서 어쩌나, 농사가 힘들겠네, 농부의 마음이 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가족 중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직 한창 여물고 있는 이십대에 나는 너무 애늙은이 같이 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봄을 좋아한다. 4월을 좋아한다. 계절의 여왕은 5월이라지만 나는 3월이나 4월이 더 좋고, 10월이나 11월이 더 좋다. 확실하지 못하고 어딘가 어중간하게 끼어 있는 계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초승달에서 반달로 넘어가는 단계의 어중간한 달이 좋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미디움 템포의 곡을 좋아하고, 그라데이션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이도 저도 아닌 색을 좋아하고, 다 자란 것도 아니고 자라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열여섯 무렵을 그리워한다. 4월은 봄이 된 5월과 봄이 되지 못한 3월 사이에 있다. 하지만 4월은 싱그럽고 풋풋하다. 익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익어갈지를 궁금해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4월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중인 4월을 좋아한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를 나는 좋아한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실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이다. 확실한 절대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진리the truth 뿐이다.

하지만 나는 진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 상대적이다. 나는 확실하지 않다. 나는 심지어 나의 생각도, 나의 감정도 확실하다고 정의내리지 못하는 한낱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그리고 그랬듯이.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내가 확실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사람은 성질상 확실해지고, 완벽해지고, 절대적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애매하고, 이도 저도 아니고, 익어가는 중이고, 자라지도 자라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는 4월 같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어중간하게 살아간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크지도 작지도 않게, 희지도 검지도 않게,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중요한 건 내가 나라는 사실이다. 4월이 4월이라는 것처럼. 그게 중요하다. 나는 내가 좋고, 나는 4월이 좋다.
매일이 4월인 여자,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다.